모순1 조은 삶의 갈래 그 갈래 속의 수렁 무수하다 손과 발은 열 길을 달려가고 정수리로 치솟은 검은 덤불은 수만 길로 뻗는다 끝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지 못한 진창에서는 바글바글 애벌레가 기어오른다 봄꽃들 탈골한 길로 단풍 길 쏟아진다 손가락마다 지문을 새겨 살아도 내 몫이 아닌 흙이여 덩굴 조은 두 남자가 간다 한 남자는 젊었고 한 남자는 늙었다 젊은 남자는 키가 크고 늙은 남자는 키가 작다 키 큰 남자는 쭉 곧았고 작은 남자는 휘었다 곧고 키 크고 젊고 잘생긴 남자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의 갈고리 같은 손은 농익은 흙내를 풍긴다 날마다 동이 트기 전 적어도 세 번은 부정하고 싶을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의지한 아들의 머리카락은 윤기 있고 콧날은 높고 어깨는 넓다 탄력 있어 보이는 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