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15

조은 시 모음 / 시 읽기

모순1 조은 삶의 갈래 그 갈래 속의 수렁 무수하다 손과 발은 열 길을 달려가고 정수리로 치솟은 검은 덤불은 수만 길로 뻗는다 끝까지 갔다가 돌아 나오지 못한 진창에서는 바글바글 애벌레가 기어오른다 봄꽃들 탈골한 길로 단풍 길 쏟아진다 손가락마다 지문을 새겨 살아도 내 몫이 아닌 흙이여 덩굴 조은 두 남자가 간다 한 남자는 젊었고 한 남자는 늙었다 젊은 남자는 키가 크고 늙은 남자는 키가 작다 키 큰 남자는 쭉 곧았고 작은 남자는 휘었다 곧고 키 크고 젊고 잘생긴 남자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의 갈고리 같은 손은 농익은 흙내를 풍긴다 날마다 동이 트기 전 적어도 세 번은 부정하고 싶을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의지한 아들의 머리카락은 윤기 있고 콧날은 높고 어깨는 넓다 탄력 있어 보이는 허리..

시 詩 2023.05.17

나태주 시 모음 3/ 나태주 유명한 시 4편

말하고 보면 벌써 나태주 말하고 보면 벌써 변하고 마는 사람의 마음 말하지 않아도 네가 내 마음 알아 줄 때까지 내 마음이 저 나무 저 흰 구름에 스밀 때까지 나는 아무래도 이렇게 서 있을 수밖엔 없다. 초라한 고백 나태주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멀리 나태주 내가 한숨 쉬고 있을 때 저도 한숨 쉬고 있으리 꽃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울고 있을 때 저도 울고 있으리 달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그리운 마음일 때 저도 그리운 마음이리 별을 보며 생각한다 너는 지금 거기 나는 지금 여기. 한밤중에 나태주 한밤중에..

시 詩 2023.05.15

나태주 시 모음 2 / 나태주 유명한 시 5편

바람에게 묻는다 나태주 바람에게 묻는다 지금 그곳에는 여전히 꽃이 피었던가 달이 떴던가 바람에게 듣는다 내 그리운 사람 못 잊을 사람 아직도 나를 기다려 그곳에서 서성이고 있던가 내게 불러줬던 노래 아직도 혼자 부르며 울고 있던가. 한 사람 건너 나태주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다시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개양귀비 나태주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나무 나태주 너의 허락도 없이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주어버리고 너에게 너무 많은 마음을 뺏겨버리고 그 마음 거두..

시 詩 2023.05.14

깊은 밤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 한 편

그리움이 흐르는 밤 _ 정기모 별 하나 가슴 깊숙이 내린 그리움 덩그런 여름밤 나이테만 늘어가는 내 등줄기 따라 너의 심장소리 흐르고 여물지 못한 채 오르르 말아올린 물봉선화 그리움이 달콤한 향기로 눈썹달에 목을 거는 밤이면 바람에 기대어선 나는 끝끝내 토해 내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 삼키며 갈대숲 푸른 울음으로 저녁 강물을 따라 흐르는데 정기모 시인은 2007년 아람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정기모 시인은 그리움의 정서를 다룬 시를 많이 집필하였습니다.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아름다운 말들로 담담하게 적어낸 시들은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시 한 편으로 조금의 휴식이 되었길 바랍니다.

시 詩 2023.05.10